3년 반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늘(9일) 긴급회의를 열고,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면서 적극적인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확진 환자가 쿠웨이트에서 접촉한 한국인 가운데 2명이 메르스 유사 증상을 보여 현지 병원에서 치료중인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아직 검사결과가 나오진 않았는데, 만약 중동 현지에도 감염자가 있다면 입국단계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국내 중소 건설회사의 임원으로 8월 16일부터 쿠웨이트에서 체류하다 지난 6일 한국행 비행기에 탔습니다. 현지에서 머물던 직원 숙소에는 서너명이 함께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중 2명이 기침, 감기 등 메르스 유사증상을 보여 현재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쿠웨이트 측에 메르스 환자 발생 사실을 알린 상태입니다. 병원에 격리 조치된 2명에 대한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국내에서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22명으로 어제보다 2명 늘었고 모두 격리조치 됐습니다.이밖에 함께 비행기를 탄 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은 지역 보건소에 통보해 증상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건당국은 중동의 몇 개 나라를 메르스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놨지만 이번에 환자가 머물렀던 쿠웨이트는 여기서 빠져 있습니다. 메르스 위험국이 아니면 안전하다고 보기 힘들게 된 것이죠. 중동 국가는 대부분 서로 왕래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 3개 국가에서 올해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총 116명. 이번에 확진된 환자가 머물렀던 쿠웨이트는 오염지역이 아닙니다. 2016년 8월을 마지막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오염 지역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환자가 많이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해 있고, 왕래도 잦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이었던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전세계 이슬람 교도 200만 명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또 중동지역 허브공항인 아랍에미리트가 오염지역에 포함돼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확진 환자도 이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탔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쿠웨이트를 메르스 위험 지역에 준해서 관리해 왔으며, 오늘(9일) 부로 오염지역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는 공항 도착 직후 설사 증상을 신고했지만, 열이나 기침이 없어 검역대를 통과했습니다. 이런 탓에 환자는 2시간 반 동안 주변 사람들과 제약 없이 접촉을 했습니다. 앞서 보도해드린 대로 지금 쿠웨이트 등지에 한국인 감염 환자가 있다면, 공항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검역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61살 남성 환자는 지난 금요일 오후 4시 51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검역관에게 제출한 건강상태 질문서에 열흘 전 설사가 있었지만 열이나 기침은 없다고 썼습니다. 체온은 36.3도, 정상. 그대로 검역대를 통과했습니다. 결국 이 환자는 아무런 조치 없이 입국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설사 역시 메르스 주요 의심 증상인데도 열이나 기침이 없다는 이유로 격리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해달라는 당부만 들었고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로 공항을 나섰습니다. 여기서 1차 저지선이 뚫리면서 방역에 구멍이 난 겁니다.
환자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중동을 다녀왔고 설사 증상이 있다고 알렸습니다.
저녁 7시 22분쯤 도착한 환자는 병원 바깥에 위치한 이곳 선별진료소에서 격리 진료를 받았습니다. 맞은편 응급실 일반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환자가 공항에 도착해 병원 격리 진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30분. 이 시간 동안 방역은 공백 상태였습니다.
환자는 여기서 발열과 폐렴 증상이 확인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고 서울대병원 격리 병상으로 옮겨져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공항 검역관부터 택시 운전사까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22명 가운데 상당수가 2시간 반 동안 환자와 접촉했습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접촉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 보건당국이 자택에 격리해 집중 관리하고 있는 '밀접 접촉자'는 모두 22명입니다. 확진 환자의 동선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라 좀 더 철저히 지켜보는 것인데, 밀접접촉자로 분류하는 기준이 좀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판단된 사람은 격리조치 대상이 됩니다. 마스크 등 보호장구 없이 환자와 2m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국제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메르스는 손이나 침을 통해 전파되는데 침이 튀는 범위가 2m 정도라는 것이 근거입니다. 특히 비행기에서는 환자 좌석 앞뒤로 3열씩을 밀접접촉자로 지정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기내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등 자리에서 자주 움직였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특히 기내 화장실이나 통로 등에서 재채기 등을 했다면, 호흡기 분비물이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년 전 메르스 확산 때도 확진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이 환기구 등을 통해 퍼져나가 감염자가 크게 늘어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밀접접촉자 기준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상접촉자로 분류된 440명에 대한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들은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해 증상을 확인하는 수동감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역시 3년 전 메르스 확산 사태 때는 의심환자 1명이 중국으로 무단 출국해 국제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그러니까 밀접접촉자 수가 앞서 22명이라고 했는데요. 어제(8일) 발표 때보다 2명이 는 수치입니다. 공항과 병원 등의 CCTV를 통해 파악했고, 때문에 추가로 숫자가 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입니다.
먼저 확진 환자 A씨가 탄 리무진 택시 운전자와 공항에서 A씨의 휠체어를 밀어준 사람, 두 명이 추가됐습니다. 리무진 택시 운전자는 어제 발표 때도 언급은 했지만 숫자를 헤아리는 과정에서 빠졌다고 밝혔습니다. 휠체어를 밀어준 사람은 당초 일상접촉자로 분류했다가 A씨의 공항 동선을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A씨가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은 이미 알려져 택시 운전자가 당초 밀접접촉자 명단에서 빠졌던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 숫자 실수였고, 격리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돼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휠체어를 밀어준 사람을 CCTV를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발견해 조치한 것은 논란이 예상되는데요. A씨는 설사증상이 심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지만 검역당국은 감염 가능성을 찾지 못했고, 밀어준 사람이 있었는지도 뒤늦게 파악한 것입니다.
검역관들이 일대일로 승객을 모두 검역했고 A씨의 경우 측정 당시 고열이 없었다는 게 어제까지의 설명이었습니다. 오늘은 A씨가 검역관에게 지금은 설사 증세가 대부분 나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입국 당시에 메르스가 발병하는 가능성이 낮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해도 설사 증세로 휠체어까지 타고 나온 승객을 말만 믿고 통과시켜줬다는 것은 불안한 초기 대응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공항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의 CCTV를 조사해서 A씨의 이동경로를 다 파악했기 때문에 밀접접촉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공항 검역관과 대화를 나눈 사람 1명 정도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것이 3년 전인 2015년 5월입니다. 그 당시엔 질병 자체가 생소했고, 확산을 막을 제대로 된 대책도 없어 우왕좌왕 하는 사이, 메르스는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이번 대응은 어땠는지, 3년 전과 비교해봤습니다
메르스 환자 A씨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6일 오후 4시쯤입니다. 공항 검역대는 아무 제지 없이 통과했지만 쿠웨이트 현지에서 생긴 설사증상이 미심쩍어 아는 의사가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전화 예약을 했습니다. 병원측은 A씨가 중동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전문의가 있는 별도의 선별진료실로 안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후 7시쯤 발열 증상을 보이면서 A씨는 곧바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고 하루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A씨와 직접적으로 접촉했거나, 가능성이 있는 의료진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격리조치 시켰습니다.
3년 전 국내에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와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당시 첫 환자는 최종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20여일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별도의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서 메르스는 빠른 속도로 확산돼 186명 감염, 38명 사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구멍은 있었습니다. 공항 검역대에서 이 환자를 걸러내지 못했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4시간 동안 택시를 타는 등 외부 노출이 이뤄졌습니다.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면 보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는 병원을 찾을 때 다행히 선별 진료실에 입원했지만, 만에 하나 일반 응급실로 갔다면 초기 대응에 구멍이 뚫릴 뻔했습니다. 이렇게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거나 본인이 밀접 접촉자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해드립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설치된 선별 진료실입니다. 안쪽에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음압 격리실이 있고,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이송장비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기 전 의료진에게 중동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연락했습니다. 그 때문에 단순 설사 증상만 보였는데도 응급실 선별진료실에 입원시켜 다른 환자들과 접촉을 막았습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접촉까지 막으려면 병원을 먼저 찾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인 1339에 신고해 검사를 받는 게 최선입니다. 그 결과 메르스 진단이 내려지면 국가가 지정한 격리병원의 음압병실에 입원해 치료받게 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로부터 밀접접촉자라는 통보를 받았다면 집 안에 머물되, 마스크를 사용하고 집 안의 사람들과도 접촉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아직까지 메르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만큼, 일반인이더라도 손을 잘 씻고, 기침할 때 입을 옷소매로 가리는 등 예방 수칙부터 잘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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