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7일 한적한 새벽. 한 바닷가의 시골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5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주변에 떨어져있는 자동차 방향지시등 파편은 뺑소니 사고임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이 조금 이상했다. 떨어져있는 방향지시등 파편 조각이 너무 크고, 시신에는 사고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국과수 부검 결과 남자의 사망원인은 뜻밖에도 약물로 인한 사망이었다. 경찰은 누군가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사고 이틀 후, 피의자가 검거됐다. 바로 죽은 남성의 친딸, 김신혜씨였다.
사망 추정시간에 그녀의 알리바이가 없을뿐더러 아버지가 죽기 두 달 전 그녀가 8개의 보험을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수면제 30알을 갈아 양주에 타서 아버지에게 먹인 후 시신을 유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런데, 현장검증에 나선 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백까지 한 그녀가 현장검증을 거부한 것이다.
조사결과 그녀가 들었다던 아버지 보험은 이미 3개가 해지된 상태였고 5개는 실수령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사이가 좋았다던 부녀지간. 범행 동기도, 물증도 없이 의문점만 남은 상태에서 경찰은 그녀의 ‘수상한 자백’ 하나 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그녀는 세 번의 재판 끝에 무기수가 되었다.
김신혜의 여동생은 그날 고모부와 김신혜의 목격담을 얘기했다. 새롭게 드러난 진실, 과연 고모부는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김신혜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폭행이 있었고, 본인은 아버지를 죽인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14년 동안 감옥 안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홀로 재심을 준비해왔다는 그녀. 과연 그녀는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출처 그것이 알고싶다
당시 취재진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던 김신혜씨... 그리고 4년후 오늘,
'존속살해' '무기징역' 18년 전에 당시 23살 김신혜 씨에게 내려진 선고입니다.
사건은 2000년 3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에서 지내던 김 씨는 고향인 전남 완도를 찾았고 그날 그녀의 아버지는 완도의 한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용의자는 고향을 방문한 큰 딸, 바로 김신혜 씨였습니다. 과거 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한 것 등에 앙심을 품고 사망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죽였다는 것이 경찰이 밝힌 살해 동기였습니다.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김신혜 씨는 재판과정에서부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적도 없었고, 경찰의 폭언과 강압수사가 있었다면서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김신혜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긴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이 김신혜 씨의 재판을 다시하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가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신혜 씨는 15년 만인 2015년 1월, 법원에 다시 재판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은 "이미 앞선 재판들에서 혐의에 대한 내용이 입증된만큼, 재심사유가 없다"며 이를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2015년 11월 재심을 결정했습니다.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했고, 김 씨의 동의 없이 현장 검증을 했다며 재심사유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도 지난달 말 김 씨 손을 들어주며 다시 재판을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복역 중인 무기수가 재심 결정을 받은 것은 사법 사상 처음입니다.
이로써 김 씨는 다시 1심부터 유·무죄를 다투게 됐습니다. 김 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맞는지, 만약 아니라면 실제 범인은 누구인지 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는 언론과 법조계를 통해 무죄를 주장해 왔습니다.
아버지 앞으로 들어놓은 생명보험 8개는 실제로는 수령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 또 살해 방법으로 지목된 수면제가 실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였는지 여부, 폭행과 협박 등 강압 수사 주장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18년을 감옥에서 보낸 김 씨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출처 http://news.jtbc.joins.com/html/813/NB117048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