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2020. 6. 9. 12:41

저희는 지난 달 중국 원양 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심지어 죽은 선원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키는 충격적인 인권 침해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우리나라 배에 타는 외국인 선원들의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제보가 빗발쳤습니다.

바다 위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 현장으로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남해 먼 바다, 멸치 잡이가 한창인 쌍끌이 어선.

거센 파도 앞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건 한국인이 아닌 인도네시아 선원들입니다.



갑판 위에 뻥 뚫려있는 구멍.



아래로 내려가니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신발과 이부자리가 널려있습니다.

외국인 선원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한국인 선원과 달리 육지에 숙소가 따로 없는 선원들은 3년이든 4년이든 여기서 살아야 합니다.



화장실은 있지만 변기는 고장난 지 오래.



식사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밥과 계란 부침 한장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일해도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이 배의 선주는 지난 4년 동안 인도네시아 선원 24명에게 임금 5억원을 주지 않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MBC 취재진은 한국 배에 탄 외국인 선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 선원들만 1,000명이 넘게 모여 살고 있다는 경상남도 통영시를 찾았습니다.



기자가 온다는 소식에 선원들이 몰려나왔습니다.



한국말을 아는지, 들어본 한국말이 뭔지 물어봤습니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한국 선원에게 맞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폭로한 한국 원양어선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 한 대학 연구진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도까지 25개국 16,000척의 원양 어선의 위성 항적도를 분석했더니,



일년 동안 가장 오래 조업을 하는 배, 가장 멀리 가는 배, 가장 오래 바다 위에 있는 배는 한국 원양어선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불법 조업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나포된 한국 국적 원양어선의 경우, 노동착취 의혹이 제기돼 현지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MBC는 이 배에 탔던 인도네시아 선원의 증언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고된 일에도 임금은 형편없습니다.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 상당수의 월급은 한 달 500달러, 우리 돈 6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인 선원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정부가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인도네시아 선원 역시 4년 동안 배를 탔지만, 월급은 300달러가 전부였습니다.



현행법상 어획량이 늘어나면 선주는 선원들과 이익을 나누게 돼있는데,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선원들은 그 대상에서도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선원들은 한국 배에 타려면 알선 업체에 최대 1,000만원 가량의 돈을 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한 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심지어 땅문서까지 담보로 잡히기도 하고, 대부분은 여권과 통장을 빼앗깁니다.



외국인 선원들이 어떤 취급을 당해도 탈출도, 신고도 못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12년부터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 선박의 외국인 선원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정부는 최근에야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한국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 비율은 70%가 넘습니다.

이들 없이는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겁니다.

 

그러나 정부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은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802964_32524.html

Posted by 꼭 출처를 밝혀주세요